안녕하세요. 저는 마키나락스에서 Principal Data Scientist로 일하고 있는 김영호입니다. 올해 5월 28일부터 6월 4일까지 빅테크 기업의 산업 분야 동향을 파악하려고 독일 하노버 산업박람회(하노버 메세)에 다녀왔습니다.

세계 최대 산업박람회 하노버 메세는 올해 75주년을 맞았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렸는데요. 이번 박람회는 산업대전환(Industrial Transformation)이라는 주제 아래 ‘디지털화(Digitalization)’와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테마 중심으로 2500개 이상의 전시 부스, 600건 이상의 발표, 8000개 이상의 제품 및 솔루션 소개가 있었습니다. 약 60개 나라에서 7만 5천 명 이상이 다녀갈 정도로 성황리에 끝났습니다.

저 역시 어마어마한 인파 속 한 사람으로 많은 것을 보고 느꼈는데요. 이 글에서는 주로 3가지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1. 빅테크 기업 부스 방문
  2. Outlook: 빅테크 기업 산업 분야 기여 동향 및 전망
  3. Epilogue: 개인적인 소회

1. 빅테크 기업 부스 방문

먼저, 제가 소개할 첫 번째 이야기의 키워드는 AMG입니다. AMG라는 단어를 들으면 가장 먼저 어떤 것이 떠오르시나요? 많은 분들이 메르세데스-벤츠의 고성능 라인업인 메르세데스-AMG를 떠올리실 것 같은데요. 물론, 이번에 독일 방문 기간에 200km/h 이상으로 달리는 차량들을 아우토반에서 목격하며 깜짝 놀라긴 했지만😲, 독일에서 벤츠 본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목차에서 이미 눈치채신 분도 있으시겠지만, AMG는 아마존 웹 서비스(Amazon Web Service; AWS),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구글(Google)의 알파벳 첫 글자를 모아본 것입니다. 이는 2022년 현재 전 세계 클라우드 서비스 점유율 순이기도 합니다. 이번 하노버 메세에서도 빅테크 AMG 셋 모두를 만나볼 수 있었는데요.

먼저, 제가 직접 각 부스를 돌아보며 느낀 점을 하나씩 간략하게 풀어보겠습니다. (현장감은 덤)

1.1. AWS

AWS는 지난 2019년 오프라인 박람회에 이어 이번에도 클라우드 서비스 3사 중 가장 큰 규모의 부스를 선보였습니다.

부스 한 쪽 벽을 제조업을 위한 표준 설계 구조 소개로 할애했는데요. AWS에는 제조업의 디지털화를 위해 필요한 많은 것이 준비되어 있고, 메인 부스를 가득 채운 여러 협력사를 통해 자사 제품 적용 사례도 많다는 것을 강조하였습니다.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메인 부스 주변에서는 여러 개의 자체 회의실을 운영하며 산업 분야의 추가적인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메인 부스 내부에서는 AWS 기술 전문가에게 무엇이든 물어볼 수 있는 세션 운영을 통해 산업 분야와의 적극적인 협력을 추진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작년 말 언론에 공개한 Siemens와의 전략적인 협업 사례도 이번 부스의 한 쪽 공간을 할애하여 소개한 부분도 인상적이었는데요. AWS IoT TwinMaker를 활용하여 Siemens‘ Xcelerator as a Service의 Digital Twin 관련 클라우드 역량을 확대하려는 Siemens의 행보도 함께 주목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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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aws.amazon.com/ko/events/hannover-messe/
https://aws.amazon.com/ko/manufacturing/

1.2. Microsoft

마이크로소프트도 AWS와 비슷하게 협력사의 자사 제품 적용 사례로 공간의 대부분을 채우는 방식으로 부스를 운영했습니다. 이번 박람회 부스를 통해 제조업을 위한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Microsoft Cloud for Manufacturing)와 지속가능성을 위한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Microsoft Cloud for Sustainability)를 이용한 사례 홍보에 대대적으로 나섰습니다.

저는 마키나락스 사람들과 함께 마이크로소프트 부스 가이드 투어에 참여했는데요. 비대면 영업 솔루션 지원, 기술자들도 클라우드 기술 혁신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노력, 디지털 트윈(Digital Twin)과 혼합 현실(Mixed Reality) 기술을 통해 1선 작업자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돕고, 더 빠른 프로토타이핑을 가능하게 하는 등 코로나19 이후 다양한 산업 군 고객을 지원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사의 노력이 엿보였습니다.

여러 사례 중에서 특별히 가와사키 중공업과 함께 사물 인터넷(IoT), 디지털 트윈(digital twins), 혼합 현실(mixed reality), 협업 공간(collaborative spaces) 등을 결합한 ‘산업용 메타버스’로 나아가는 길을 제시하는 부분이 기억에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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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microsoft.com/en-us/industry/manufacturing/microsoft-cloud-for-manufacturing
https://www.microsoft.com/en-us/sustainability/cloud

1.3. Google

구글은 앞서 소개한 AWS와 마이크로소프트에 비해 간소하게 부스를 운영했는데요. 깔끔하고 탁 트인 공간 활용이 기억에 남습니다. 부스에서 변혁(transformation),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협업(collaboration), 주권(sovereignty) 등 4가지 키워드 중심으로 자사 제품과 협력사 사례를 소개하였습니다.

변혁은 기존 기술 분야에서 충분히 검증된 구글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구글이 보유하고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AI 기술을 산업 현장 시각 검사(Visual Inspection) 분야에 적용하여 전체적인 제품 품질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조 분야 협력 사례를 모색하는 부분은 여전히 진행 중이었습니다.

지속가능성 부분에서는 지멘스 에너지(Siemens Energy)와의 협력 사례를 소개하였습니다. 지멘스 에너지는 2030년까지 기후 중립을 목표로 하겠다고 선언하였는데요. 구글 클라우드는 지멘스 에너지의 데이터 센터 현대화 과정에서 탄소 중립 및 신재생에너지 기반 클라우드 인프라를 통해 지멘스 에너지의 목표 달성을 돕겠다고 합니다.

협업 측면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자리 잡기 시작한 비대면 및 혼합형 근무 방식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제품군(Google Workspace) 적용 사례를 소개하였고, T-Systems와의 협업 사례를 통해 주권 관련 내용을 소개하였습니다. 제조 및 에너지 분야 고객과 함께 데이터 접근성, 운영 절차의 투명성, 특정 벤더 종속성 탈피 등의 측면에서 노력하고 있는 구글의 향후 행보에 주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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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nthecloud.withgoogle.com/hannover-messe-hub-22/dl-cd.html

2. Outlook: 빅테크 기업 산업 분야 기여 동향 및 전망

10년 넘은 제조 데이터 통합 노력은 여전히 존재했습니다. 2018년 5월 25일에 발효된 유럽 연합(EU)의 일반 개인정보 보호법(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 GDPR)을 준수하기 위한 노력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그렇다면 “빅테크 기업이 이번 하노버 메세에서 보여준 것 중 무엇이 새로웠나?”라는 질문이 자연스레 들었습니다. 이번 전시를 하나로 엮는 실마리는 코로나19의 대유행과 언제 끝날지 모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아닐까 합니다.

2.1. AI-based Insights

특별히 기술 기업이 피해 입은 공급망, 줄어든 생산성과 매출 등 제조업 전반에 걸친 여러 난관을 함께 헤쳐나가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보았습니다. “제조 데이터 통합에 꾸준히 신경 쓴 기업은 빅테크 플랫폼과 협력 업체의 고도화된 AI 기술 기반 수요 예측과 공급망에서 최적 대안 경로나 각종 조합 등을 통해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사례를 공유하였다”라는 점은 모든 빅테크 기업 부스를 관통하는 뚜렷한 공통점이었습니다.

2.2. Low Code, No Code

지난 글에서 허영신 님께서도 Low Code 혹은 No Code 기반 솔루션 트렌드를 언급하셨는데요. 산업 전반에 걸쳐 지능화 기술 자체를 뽐내기보다는 패키징 역량, 작업자가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사용성 등이 매우 부각되며 이미 주류를 이룬 것을 볼 수 있었고, 연구나 IT 업종에서는 진작에 대세가 되었던 오픈 소스 패키지 활용이 보안이라는 강한 명분을 가지고 주저하던 제조업까지 밀려들어온 것을 확인하게 된 기회가 되었습니다.

지난 약 2년의 코로나19 대유행부터 최근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지속 가능한 생산 능력을 확보하고 변동성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유연하게 대응하여 사업 영향을 줄이려는 흐름이 소프트웨어 개발단에까지 이르고 있는 듯합니다. 보안이라는 명분 하에 모든 것을 처음부터 개발하여 구축하고 배포하는 고비용 구조에서 기본 구성 요소와 패키지 형태로 구현된 기능을 최대한 재활용하는 흐름에서 검증된 오픈 소스 활용이 점점 보편화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Low Code 또는 No Code라는 단어가 주류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것을 다른 한편으로 바라보면, 데이터 통합 측면이나 AI 기술 도입 측면에서 선진 기업은 이미 기술 자체 도입 시도만으로는 기존 사업 구조와 조화를 이루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모습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연구 단계에서 성능이 뛰어난 기술을 도입하는 것을 넘어 사용성과 도입 후 유지 보수 난이도/비용 효율 등을 동시에 모두 잡으려는 흐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2.3. Towards Industrial Metaverse

데이터 통합 측면에서 선진 기업이 누리기 시작한 또 하나의 이점인 “디지털 트윈”도 여러 부스에서 공통적으로 만날 수 있었는데요. 매끄럽게 통합된 데이터가 정보 기술(Information Technology; IT)과 운영 기술(Operation Technology; OT)의 통합을 가능하게 하고, 데이터 통합이 지속되어 양적인 측면에서도 뒷받침될 때 실제 생산 과정을 모사하는 시뮬레이터나 모델 개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와 같은 선진 기업은 디지털 트윈을 이용하여 본격적인 제품 생산에 앞서 필요한 시도, 실패/보완, 피드백 반영 등의 과정을 빠르게 돌 수 있게 되어 시제품 제작에 필요한 재료와 에너지를 아낄 수 있게 됩니다.

전 공정과 전 라인이 통합된 이상적인 형태의 디지털 트윈은 오류가 전파되는 문제 등 여러 한계가 있어서 여전히 너무 먼 미래 같다는 인상을 지우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전히 궁극적인 발전 방향 제시 측면에서만 바라본다면, 데이터를 모으고, 디지털 트윈을 단계를 지나면, 현실 세계와 연결된 모든 것이 디지털 공간에 모인 “산업 메타버스”가 될 것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한 부분이 앞으로 산업 기술 관련 여러 방면에서 어떻게 구체적인 형태로 나타날 것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3. Epilogue: 개인적인 소회

부스를 돌며 가볍게 시작한 글이 중반부를 지나며 다루는 주제 때문인지 좀 딱딱하고 무거워졌는데요. 나머지 내용에서는 박람회 기간 동안에 들었던 몇 가지 개인적인 생각을 나누며 가볍게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3.1.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넓다

하노버 메세가 열리는 장소는 가로 1km 세로 1km로 전시장 총면적이 100만m²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4km/h 속력으로 걸어서 가로지르면 15분 걸립니다. 실내 규모는 일산 킨텍스의 약 5배입니다😮. 아래 스크린샷은 박람회 기간 동안 제 매일 걸음 수입니다. 가장 많이 걸은 날은 18,000보 걸었네요🚶🏻. 저는 평소에도 시간이 날 때마다 많이 걷는 편인데요. 평소보다 2배는 걸은 것 같습니다.

유럽 연합의 만만치 않은 경제 규모를 상식적으로 알고 있긴 했어도 이런 엄청난 규모의 전시장을 독일 및 유럽의 선진 제조기업들이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을 보며, 스스로 우물 안 개구리 같다는 느낌도 많이 들었습니다. 돌아보니 대한민국 기업이나 미국 기업 위주의 편향된 정보만 가지고 지금까지 너무 좁게 생각하고 있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3.2. 산업을 글로 배웠어요

“연애를 글로 배웠어요”라는 표현이 있죠. 연애를 글로 배우면 막연하거나 환상을 갖게 될 수 있는데요. 저는 산업 지능화를 향해 나아가는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매일 사무실에서 주어진 문제를 단계별로 어떻게 풀 것인지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고 👨🏻‍💻코딩합니다.

그런데 막상 이번 박람회장에서 매일 다양한 기술 기업 부스들을 열심히 돌면서 공장에 직접 방문해야만 볼 수 있을법한 생산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수많은 제품/부품/로봇과 각종 작동 시연을 두 눈으로 직접 마주하다 보니 “오…😮”와 “우와…😲”가 입에서 자연스레 나올 수 밖에 없었고 “난 여태까지 산업을 단순히 글, 숫자, 코드로만 배운 건가…🙄”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물론 4년 전에 하노버 메세보다 더 큰 삼성전자 기흥/화성/평택 반도체 단지를 보면서 비슷한 인상을 받았는데 바쁜 일상에 파묻혀 잠시 잊고 살았나 싶기도 합니다만…)

일반적으로 뭔가를 보고 느끼면 그것을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에게 설명하고 공감을 이끌어 내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뭔가를 생산하려면 많은 회사의 제품/부품 등이 필요하고 시장은 이렇게나 넓고 산업 지능화는 우리 시대의 중요한 사명”이라는 것을 어떻게 하면 저와 같이 일하는 회사의 더 많은 사람과 함께 공감하며 나아갈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해야 하는 숙제가 마음 한 쪽에 묵직하게 남은 것 같습니다.

3.3. 친절한 독일 사람들

개인적으로 이번 출장은 독일 사람들의 친절함을 느낄 수 있었던 기회(?)가 두 번이나 있었습니다. 식당에서 여권을 떨어트린 것을 모르고 식당을 나왔는데😦, 어떤 독일 여성분께서 보시고 제 여권을 주워서 직접 가져다주셨습니다. 또 공항에서는 벤치에 태블릿 PC를 두고 왔는데😦, 옆에 앉아있던 독일 분이 줄 서있는 곳까지 오셔서 직접 찾아주기도 하였습니다. 독일에서 만난 감사한 분들 덕분에 출장을 무사히,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분들이 이 글을 보실 수는 없겠지만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

4. 마무리하며

이번 박람회는 5월 말에 시작했는데도 초겨울처럼 추웠고 해는 뭔가 어울리지 않게 저녁 10시쯤 졌는데요🌇. 다음에는 2023년 4월 17~21일에 열린다고 합니다. 올해보다 더 쌀쌀하겠네요🥶. 내년 하노버에서도 지속 가능한 미래로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도와줄 선진 기술을 많이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하며 여기에서 이만 마무리하겠습니다! 지금까지 마키나락스의 김영호였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